어느 날부터였을까요.
퇴근하고 돌아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다시 일하던 습관이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했어요.
하루 종일 똑같은 자세로, 같은 공간에서, 일과 생활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로 지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나 봐요.
그런 저에게 아주 소중한 변화가 생겼어요.
창고처럼 쓰던 작은 방을 정리하고, ‘서재’라는 이름을 붙인 공간이 생긴 거죠.
아버님께서 새로 컴퓨터를 선물해주신 덕분에 망설이던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이 공간에서 일도 하고, 음악도 듣고, 글도 쓰고, 가끔은 그냥 앉아서 조용히 숨만 쉬는 시간도 갖게 되었어요.
혼자살 때, 운동방을 만들겠다며 거실로 침대를 옮겨 자던 시절도 있었네요 :)
식탁에서의 나, 책상 앞의 나
전엔 늘 식탁이 제 책상이었어요.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도 미뤄둔 채, 그 자리에 앉아 다시 노트북을 켰죠.
일하는 중간중간 간식을 집어 먹는 일도 너무 자연스러웠고요.
그게 쌓여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안정된 마음에… 어느새 몸무게는 +14kg이라는 현실적인 숫자로 드러나게 됐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식탁에서 일을 한다는 건 결국 ‘쉬는 법을 잊는 것’ 같았어요.
밥 먹는 자리와 일하는 자리가 분리되니까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밥은 밥답게, 일은 일답게.
이렇게 공간이 역할을 분명히 해주니까, 나도 더 나답게 움직일 수 있게 되더라구요!
내 손으로 만든 ‘나만의 자리’
서재는 아직 완성된 공간은 아니에요.
책상과 서랍장은 직접 조립식으로 배송받아 하나하나 조립했어요.
평소라면 어려워 보였을 작업이었지만, 드릴을 들고 나사를 맞춰가며 조금씩 모양이 갖춰질 때마다 묘한 성취감이 생겼어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기분,
그리고 그게 ‘나를 위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오히려 재밌기까지 하더라고요.
조립이 끝난 책상 위엔, 생일 선물로 받았던 블루투스 스피커를 올려두었어요.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나 잔잔한 로파이를 틀어두면, 마치 내가 좋아하는 무드가 방 안에 가득 퍼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그 옆엔 제가 늘 좋아하는 향의 디퓨저를 두었죠.
은은한 향이 공기 속을 채우고 나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요.
무엇보다 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라는 걸 점점 실감하게 돼요.
서재가 생기고 나서, 시작된 것들
서재가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바뀐 건 있어요.
예전처럼 아무렇게나 앉아서 초콜릿을 집어 먹거나, 핑계 삼아 누워서 하루를 끝내는 일은 줄었어요.
뭔가 정돈된 공간에 있으면, 내 행동도 자연스럽게 정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진지하게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해보려 해요.
여름도 다가왔고, 공간도 새로 분리됐으니… 마음도 새롭게 다잡아보는 거죠!!
사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보다도 내 리듬을 회복하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하루를 규칙적으로 보내고, 좋은 공간에서 좋은 기분으로 일하고, 내가 먹는 걸 스스로 의식하고 선택하는 삶.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결국은 공간이더라고요.
나만의 공간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작은 결심
가끔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벽 한 쪽을 보면서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갈까?' 고민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조차도 즐겁고 설레는 과정이 되었어요.
예전엔 어지러운 방을 보면 스트레스부터 느꼈는데, 이제는 ‘이걸 내가 만들어가고 있구나’라는 기분이 먼저 들거든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게 오히려 좋아요.
완벽하게 예쁘지 않아도, 정리되지 않은 구석이 있어도, 이 공간은 분명히 ‘내가 사랑하는 자리’예요.
앞으로도 조금씩 꾸미고, 나답게 채워가고 싶어요.
내 삶을 나답게 만드는 첫걸음
큰 인테리어나 비싼 가구가 없어도 괜찮아요.
내가 좋아하는 향, 내 손으로 만든 책상, 그리고 ‘쉬고 싶다’는 마음 하나면 시작할 수 있어요.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이, 그 하루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혹시 당신도 하루의 끝에서 조금 지쳐 있다면,
창고처럼 쓰던 작은 방, 혹은 베란다 한 쪽, 책상 하나만큼의 여유를 떠올려 보세요.
그곳은 분명히, 나를 다시 숨 쉬게 해줄 거예요.
여러분은 어떤 공간에서 가장 ‘나’답다고 느껴지나요?
그 공간을 더 나답게 만들기 위해 어떤 걸 해보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