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가 매일 밤처럼 나타나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과연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처럼 매번 감탄할까요? 아니면 어느 순간 무뎌지는 걸까요?
우리가 평생 한 번쯤은 보고 싶어 하는 오로라.
하지만 매일 오로라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느낄까요?
북극권 주민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익숙한 기적’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오로라가 일상인 사람들: '경이로움'은 사라질까?
핀란드의 북부 도시 이발로, 노르웨이의 트롬쇠, 캐나다 유콘 준주의 화이트호스 같은 지역은 오로라 명소로 유명합니다.
겨울이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가득해지죠.
하지만 이곳은 누군가에겐 여행지지만, 누군가에겐 평범한 ‘우리 동네’입니다.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처음엔 우리처럼 설레었지만,
매일 오로라가 뜨는 하늘 아래에서 몇 년, 몇 십 년을 살다 보면 그 감탄은 자연스럽게 익숙함으로 바뀐다고 해요.
“오로라가 오늘도 나왔구나. 겨울이구나 싶죠. 사진 찍으러 나갈 때는 귀찮기도 하고요.”
— 트롬쇠 주민 인터뷰 중
어떤 이들은 오히려 ‘관광객의 반응’을 통해 오로라의 아름다움을 다시 인식한다고도 합니다.
"와! 저게 뭐야!" 이런 탄성을 들으며, 자신이 사는 곳의 특별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는 거죠.
오래된 믿음과 금기, 오로라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지금은 오로라를 ‘전리층과 태양풍의 과학 현상’으로 설명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그 빛을 신비롭고 때로는 두려운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북극권 원주민들, 특히 사미족과 이누이트들 사이에선 오로라에 대한 전승이 다양하게 전해집니다.
사미족: 오로라는 조상의 영혼이 하늘에서 춤추는 것.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안 되고, 웃으면 안 된다”는 금기도 전해지죠.
이누이트: 오로라는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경계.
어떤 부족은 “오로라가 아이를 데려간다”며, 아이들을 밤에 밖에 못 나가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이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밤에 길을 잃지 않도록,
어른이 밤늦게 나가지 않도록
오로라를 빌어 규범을 만든 것이죠.
오늘날에도 몇몇 노년층은 여전히 오로라를 신성하게 여기며,
‘자연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로라가 상품이 된 마을, 현지의 속마음
지금 북극권의 마을들은 오로라 관광지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겨울철이면 매일 밤 버스에 몸을 실은 관광객들이 산으로, 호숫가로, 눈밭 위로 몰려들죠.
하지만 정작 현지 주민들의 속마음은 복잡합니다.
“오후 10시만 되면 우리 집 앞마당에 사람들이 서 있어요.
셔터 소리, 말소리, 심지어 드론 소리까지,, 겨울밤이 조용하던 때가 그리워요.”
— 핀란드 이발로 거주자
분명 관광은 지역 경제를 살립니다.
하지만 그만큼 일상은 소란스러워지고, 자연은 점점 ‘배경’이 되어가는 느낌도 있다고 해요.
특히 오로라가 보이기 좋은 스팟이 알려지면,
그곳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쓰레기, 야생동물 교란, 무단 침입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매일 마주하던 오로라가 이제는 조용히 감상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말엔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메시지가 담겨 있죠.
현지 아이들은 오로라를 어떻게 바라볼까?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오로라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늘 함께했던 존재처럼 받아들입니다.
“우리 동네 하늘은 밤마다 춤을 춰요.” 핀란드 사리셀카의 6살 아이가 한 말이에요.
이 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경외심보다는 함께 자란 친구처럼 오로라를 대하는 아이들.
그만큼 자연이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거겠죠.
물론, 스마트폰과 TV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겐 오로라가 ‘신기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요!
익숙함 속에 숨은 경이
매일 보는 풍경이라도, 익숙한 존재일지라도,
그 안에는 늘 새로운 감정의 층위가 있습니다.
오로라를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은
그 빛을 두려워하기도, 익숙해하기도, 때로는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하나뿐인 경험이
누군가에겐 창밖 풍경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자연의 신비이자,
삶의 다양성 아닐까요?
오늘 밤, 어딘가에서는 또다시 초록빛 커튼이 하늘을 물들이겠죠.
우리도 언젠가 그 경이로운 풍경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