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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나에게 생기는 일들

by 하또먹 2025. 7. 8.

요즘 자주 멍을 때리는 것 같아요.
의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게으른 것도 아니고,,
그저 어느 순간, 바쁘게 달리던 하루 속에서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구요!

예전엔 이런 시간이 불안하기만 했어요.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이러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조급함이 마음을 물들여졌거든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뭔가를 해야 마음이 놓였고, 멈추는 건 무능력한 것처럼 느껴지곤 했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어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느껴지거든요.

바쁜 하루를 견디다 보면, 생각이 멈추는 그 멍한 순간이 오히려 저를 살리는 것 같아요.
그 순간들이 나를 비워주고, 다시 채워주고, 놓쳤던 감각들을 데려와준달까요?

이 글은 그런 시간들에 대해 쓰고 싶어서 써보려구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들에 대해,
그리고 그 시간이 왜 우리에게 꼭 필요한지에 대해.

 

강릉 여행갔을 때 일출을 본다고 일찍 일어났어요 :-) 멍 때리며 일출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해요,,
강릉 여행갔을 때 일출을 본다고 일찍 일어났어요 :-) 멍 때리며 일출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해요,,

바쁘게 살아야만 괜찮은 줄 알았다

한동안은 그랬어요.
시간이 비는 게 두려웠고, 계획표에 빈칸이 생기면 괜히 불안했어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게 저를 더 유능하게 보이게 만들었고,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나름대로 제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 같았죠.

하루를 살아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그게 당시의 저에게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계획대로 살았는데도 자꾸 피곤했고,
할 일을 다 마쳤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머릿속은 늘 분주했는데, 감정은 공허했고, 몸은 이유 없이 무겁고 지치는 날이 많았죠.

 

가끔 멍하니 있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저 시간에 뭘 하나라도 하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곤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모습이 부러워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멈춰 있어도 평온한 사람.
그게 어쩌면 진짜 회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들어 그런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텅 빈 시간에 피어나는 작은 감각들

한동안 멍을 때리는 시간이 저한텐 마치 ‘허락되지 않은 사치’처럼 느껴졌어요.
그냥 앉아 있는 것도 뭔가 잘못된 것 같았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불편했죠.

 

그러다 어느 날,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냥 앉아 보기.

멍하니 창밖 보기.
식어가는 커피를 가만히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껴봤어요.

 

놀랍게도 그 안에는 제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감각들이 고스란히 숨어 있었어요.

 

소파에 앉았을 때 등 뒤에 닿는 쿠션의 감촉,
에어컨 바람이 발등을 스치며 생기는 간질간질한 느낌,
조용한 방 안에서 들리는 냉장고의 ‘윙’ 하는 소리,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자전거 바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소리들 사이에 머무는 묘한 고요함까지요.

 

사실 이 모든 건 늘 제 곁에 있었던 것들이에요.
그런데 제가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그걸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온 거였더라고요.

 

그때 알게 됐어요.
멍하니 있을 때 저를 감싸는 것들은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건, 삶이 조용히 저한테 말을 걸고 있었던 방식이었어요.
“지금 괜찮냐고”, “여기 있다고”, “그냥 한 번 느껴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 동안
저는 처음으로 진짜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방법을 배웠어요.


이건 명상도 아니고,

수행도 아니고,
그냥 잠깐 멈춰 있는 거였어요.

 

그 짧은 멈춤 안에서 저는 조금씩,
다시 나 자신을 알아가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되다

우리는 보통 ‘행동’이라고 하면 뭔가를 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저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행동’이 될 수 있구나 하고요.

" 행동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다 (Not acting is also a choice) " 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접했어요.

이 말이 와 닿기 시작하더라구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저를 회복시키는 의도적인 멈춤이었고,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어요.
세상에 끊임없이 반응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이기도 했고요.

 

물론, 이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동안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마구 휘젓고 지나갔거든요.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시간 낭비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같은 생각이요.

 

그런 불안을 흘려보내는 연습이 필요했어요.
그게 처음엔 정말 낯설고 어색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니까 느껴졌어요.

그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오히려 제 안의 중심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요.

 

예전엔 불안해서 도망치듯 못 하던 걸 이젠 제가 저를 위해 ‘일부러’ 하고 있어요.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삶에는 쉼표가 필요하다

바쁘게 사는 것도 분명히 좋아요.
무언가를 계속 해내는 것도 정말 중요하죠.

사람들이 바쁘게 사는게 인정받는 거라고 생각할만큼, 열심히 사는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할만큼요.

 

하지만 저는 요즘 알게 됐어요.
비어 있는 시간이 있어야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걸요.

 

가끔은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감정의 물결을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그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니까요.

 

그러니 우리 오늘 하루, 딱 10분만이라도 아무것도 안하고 멍- 해봐요!

멍-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