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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내가 되고 나서야, 딸이었던 날들이 생각났다

by 하또먹 2025. 6. 2.

결혼한 지 이제 겨우 몇 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깊은 감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린다는 설렘 속에서 문득문득 느끼게 되는 건, 나를 키워준 부모님의 크고 깊은 사랑이었다.

부모님이 해준 그 수많은 것들이 이제는 당연한 게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또 언젠가는 엄마가 될 준비를 하다 보니, 부모님이 나를 위해 해왔던 그 모든 수고와 헌신이 가슴에 아프게 와닿았다.

 

내가 아내가 되고 나서야, 딸이었던 날들이 생각났다
내가 아내가 되고 나서야, 딸이었던 날들이 생각났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기억, 그리고 그 사랑을 되새김질하다

돌이켜보면, 부모님의 사랑은 늘 ‘조건’이 없었다.
내가 잘하든 못하든, 기분이 좋든 나쁘든, 실수하든 착하든 상관없이 주어지는 사랑이었다.

어릴 적 늦은 밤 아프다고 칭얼거리면 아무 말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던 엄마, 회사에서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도 학교 행사엔 꼭 와주던 아빠. 그저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를 중심에 두고 살아주셨다.

그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던 시절에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입장에 서보면서, 그 무조건적이던 사랑이 얼마나 귀하고,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지를 비로소 깨닫는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 안에서 사랑은 종종 이해와 인내라는 이름으로 변한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을 겪으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다시 배우고 있다.

 

 

부부의 사랑은 노력과 조율의 연속

연애할 땐 몰랐지만, 결혼은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렵다.
함께 산다는 건, 각자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서로 다른 리듬을 조율하는 일이다.

취향이 다른 식사 메뉴부터 집안일 분담, 지출의 우선순위까지

소소한 것들이 쌓여 갈등이 되고, 대화를 통해 풀어가며 ‘같은 방향’을 만들어간다.

처음엔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맞추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 억울하기도 했고, 상대방의 표현이 부족하면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감정들이 결국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는 걸, 차츰 알게 되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마치 씨앗 같아서, 심어두기만 한다고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물을 주고, 햇볕을 쬐게 하고, 때로는 바람도 맞게 해야 한다.

부모님은 그런 과정을 수십 년간 반복하며 우리 가족이라는 정원을 가꿔오셨고, 이제는 내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부모님이 되어간다는 감각, 그리고 책임의 무게

결혼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부모’라는 단어에 더 가까워진다.

아직 자녀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아이가 생긴다면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을지 자주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럴수록 부모님의 삶이 새삼 눈물겹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좋은 옷 입혀주고, 맛있는 걸 먹이려고 애쓰셨던 엄마 아빠.

자신의 꿈과 시간을 뒤로 미뤄가면서까지 나를 중심에 두었던 그 시간들.

내가 엄마가 된다는 건, 사랑을 주는 존재로 서게 되는 것이고, 더 이상 ‘받기만 하는 사랑’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랑’을 하게 되는 일이다.

그 무게가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사함이 커진다.


부모님의 헌신을 떠올리면, 나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부족하고 서툴겠지만, 내가 받은 사랑을 또 다른 존재에게 물려주는 일. 어쩌면 그게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형태는 달라도, 마음은 이어진다.
결혼은 삶의 또 다른 시작이고, 그 시작 속에서 우리는 이전 세대의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배워간다.

어릴 땐 몰랐던 엄마의 마음, 아빠의 걱정이 이제는 조금씩 보인다.

부부로 살아가는 시간이 쌓일수록, 부모님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사랑의 형태는 달라지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본질적으로 이어져 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런 사랑을 줄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의 이 감정들이 앞으로의 삶을 따뜻하게 채워주기를 바란다.